연준의 다이어트, 내 지갑에 미칠 영향
미국 중앙은행(연준)이 팬데믹 기간 동안 9조 달러까지 불어났던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조치로, 투자자에게는 시장 변동성 증가와 금리 상승이라는 숙제를 안겨줍니다.
미 연준 대차대조표 최대 규모 (2022년)
약 9조 달러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한 전례 없는 양적완화의 결과입니다. 현재 연준은 이 수치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 배경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의 '부채' 항목을 살펴보면 현재 경제의 돈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연준의 부채는 우리가 쓰는 현금(연준 지폐), 시중 은행이 연준에 예치한 돈(지급준비금), 그리고 정부의 예금(재무부 일반계정) 등으로 구성됩니다. 쉽게 말해 연준이 시중에 공급한 돈의 총량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연준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국채 등을 대규모로 사들이며 돈을 풀었습니다(양적완화). 이로 인해 은행들의 지급준비금이 크게 늘었고, 시장에는 유동성이 넘쳐났습니다.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가격이 급등했던 배경이죠. 동시에 미국 정부도 막대한 재정 지원금을 풀기 위해 연준 계좌에 현금을 쌓아두었습니다.
🔍 맥락
하지만 상황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은 2022년 중반부터 정책 방향을 틀었습니다. 금리를 올리는 동시에, 사들였던 자산을 되파는 '양적긴축'에 돌입한 것입니다. 시장에 풀었던 돈을 다시 흡수하기 시작한 거죠. 이 과정에서 은행들의 지급준비금은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최근에는 또 다른 변수가 생겼습니다. 2023년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된 후, 미국 재무부가 재정 확보를 위해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섰습니다. 시장의 돈이 이 국채를 사는 데 쓰이면서, 연준의 특정 계좌(역레포)에 잠자고 있던 막대한 단기자금이 빠져나와 재무부 계좌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중 유동성이 또 한 번 줄어드는 효과를 낳습니다.
💡 영향
투자자에게 이것은 '돈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전처럼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다는 뜻이죠. 재무부가 국채 발행을 계속하면, 주식이나 회사채 같은 다른 투자 자산으로 흘러갈 돈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는 자산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동성 파티'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시장의 전반적인 자금 흐름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변화와 재무부의 국채 발행 규모는 앞으로 시장의 방향을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것입니다.
📚 알아두면 좋은 용어
대차대조표 (Balance Sheet)
특정 시점에 한 경제 주체(기업, 중앙은행 등)의 재무 상태를 요약한 표입니다. 왼쪽(자산)에는 무엇을 소유했는지, 오른쪽(부채와 자본)에는 그 자산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를 기록하죠.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는 통화 정책의 규모와 방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입니다.
예: 개인의 대차대조표를 만든다면, 자산에는 집과 예금이, 부채에는 주택담보대출이 기록될 것입니다. 연준의 경우 자산은 주로 매입한 국채, 부채는 시중에 풀린 현금(통화)과 은행의 지급준비금입니다.
양적완화 (Quantitative Easing, QE)
중앙은행이 국채 등 자산을 매입해 시중에 직접 돈을 푸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입니다. 기준금리를 이미 제로 수준으로 낮춰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때 사용하는 카드죠. 목표는 장기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공급해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촉진하는 것입니다.
예: 경제가 심한 독감에 걸렸을 때, 기준금리 인하가 '해열제'라면 양적완화는 '강력한 항생제 주사'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 사용하는 강력한 처방인 셈이죠.
양적긴축 (Quantitative Tightening, QT)
양적완화의 정반대 개념으로, 중앙은행이 보유 자산을 매각하거나 만기 연장을 중단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입니다. 경제가 과열되거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을 때 시행됩니다. 돈의 가치를 안정시키지만, 금융 시장에 긴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예: 파티가 끝나고 술에 취한 사람들을 집에 돌려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흥청망청 풀렸던 돈(유동성)을 거둬들여 경제를 다시 차분하고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려는 노력입니다.